







여느 사람들처럼 나도 일요일이면 소파 깊숙히 허리를 묻고, '자, 어서 나를 좀 웃겨줘 봐'하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때가 있다.
물론, 메인 스트림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감 때문이겠지만 제대로 유행어를 이해한 적이 없는 걸 보면, 가끔 나타나서 '웃어보겠다'고 마음먹는 내가 못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이 나이에 내가 하리?"라던 임하룡은 "마이 아파"라던 강혜정보다 훨씬 무게감있는 연기를 보였다.
배우 강혜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자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터무니 없이 기대치에 못미치는 배역이었다.
난, 뭔가 이야기 구조에 있어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제시하는 인물인 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돌출된 입의 구조를 가졌을 때 훨씬 귀엽고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감독이 CF감독 출신이라서 그런가?
인물이 사라질 때, 별 다른 해석의 장치가 없이 그냥 사라져 버렸다.
'여일'이가 그런 가벼운 인물이었나?
그럼 나비는 왜 날고, 그 뇌속에 팍팍 꽂히던 미소는 왜 만들었나?
내가 가장 혐오하는 서술 구조가, 실컷 웃기다가 슬슬 끝나가면서 울리려고 하는 거다.
도대체 이게 언제부터 시작된 장삿속인가?
속아 넘어가려고 해도, 이젠 많은 사람이 너무 잘 아는 구조 아냐?
그래, 그렇지만 '웰컴 투 동막골'은 조금은 달랐다.
이야기 자체가 가지는 동화적인 요소때문인 것 같다.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함께 영화를 본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조선일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갈 것도 하네요"
"뭐가요?"
"아니, 중학생 애들이 보면, 미국놈들은 나쁜 놈, 북한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아! 미국놈이 언제 우리나라한테 좋았던 적 있어요?
우씨.. 그리고 영화속엔 '스미스'가 있잖아. 국군 편, 좋은 놈, 스미스!!!"
감독이 무슨 생각을 했건 내 맘에 드는 결론은 아니었고, 그 귀여운 강혜정이는 왜 그리 빨리
죽였는지 은근히 화가 나고, 막판에 그 폭탄이 퍼붓는 속에서 웃으며 죽어가는 녀석들을 보자니
괜시리 답답하고, 젠장 이게 도대체 뭘 느끼라고 만든 영화야? 라는 불평이 스물스물 몸에 배일 때
쯤에 내 뇌리에 확~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비는 뭐죠? 그 미군들이 낙하산부대로 떨어질 때 달려들던 그 나비들, 국방군과 인민군에게
나타났던 그 나비들은 뭐였을까요?"
내가 너무 극단적인 해석을 하는 걸까?
훈련이 잘 된 전투경찰과 장갑차와도 같은 페퍼포그차와 사냥총과도 같은 최루탄총, 돌멩이보다
화끈한 사과탄으로 무장한 군부독재정권과의 싸움.
그때 맞서던 사람들이 들었던 것은 돌멩이와 화염병이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 앞에는 혀를 뽑고, 손톱을 뽑고,
살을 지지고, 강간을 하고, 눈알을 도려 내던 폭압이 있었다.
맨살에 구더기가 끓고, 멀쩡한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던 그 속에서도 항일독립군들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2002년, 우리나라에서 미군의 잘못에 의해 죽었던 소녀들은 도무지 그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고, 실수건 잘못이건 교통사고로라도 사람을 죽이면 징역을
사는 법 제도를 가진 나라에서, 사람을 둘 죽인 미군은 별다른 벌도 안받고 지들 집으로 가 버렸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촛불을 들었다.
10년이 넘도록 삶의 현장에서 노래를 부른 어느 가수는 그 현장의 사람들을 '반딧불'이라고 불렀다.
'웰컴 투 동막골'의 감독은 그들을 '나비'로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감독이 들으면 "웃기고 있네" 그럴 것 같지만......
어쨌든 영화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 위에서 그것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뤄내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며 가슴 뭉클한 것인지에 대해 판타지와 코미디의 형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봤다.
뭐, 내 맘이니까!
* 박광현 감독, 나중에 다른 영화 만들었는데 그지같이 만들면, 오늘 쓴 이 글은 '졸라' 웃길 거 같다.
*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이런 말을 했다더라.
"당신들은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조국을 염려하며 사는가"
* 그리고, 다음 주면 서거 1주기를 맞는 인동초 김대중 대통령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의 것입니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이다.
최소한의 것을 놓지 않고, 잊지 않으며, 실천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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