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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맥스: 초콜릿 향의 눈물로 빚어낸 클레이메이션, 친구의 존재와 우정의 의미를 되새겨 준다

evol 2012. 1. 13. 21:39

 

 

호주 멜번에 사는 여덟 살 소녀 메리는 알콜중독의 엄마와 가족과 가정에 무관심한 아빠 사이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체국에서 얻은 주소를 통해서 미국 뉴욕에 사는 마흔네 살의 남자 맥스와 펜팔을 하게 되는데, 두 사람은 그 이후로 자그마치 22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서 물리적인 거리와 큰 차이가 나는 나이를 넘어 우정을 쌓아 간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실제의 일이고 '메리와 맥스'는 그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클레이메이션(Claymation) 영화다.

 

적당히 따뜻하고 밝고 즐거운 느낌의 연말 연시용 영화일 거라고 기대했는데 뜻밖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영화였다.

분위기가 밝기는커녕 회색빛 우울함과 쓸쓸함, 그리고 안타까움마저 배어 있다.

점토로 만든 인형에 불어넣어 진 인간의 모습에는 삶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이 더 많이 묻어 있고, 비록 손가락이 네 개뿐인 인형이지만, 그들의 표정을 통해서 삶의 굴곡과 감동 어린 이야기를 전해듣게 된다.

 

 

 

짙은 갈색의 눈동자와 주근깨, 이마에는 똥색의 얼룩 같은 점이 있는 메리는 외모 때문에 놀림을 받으며 변변한 친구도 없다.

아빠는 창고에서 틀어박혀 메리와 얼굴을 마주치는 시간도 거의 없고, 엄마는 늘 술기운에 쩔어 있다.

한편, 맥스는 일종의 발달 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을 앓고 있어서, 타인의 심리 상태나 기분을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서 의사소통과 사회생활이 어려운데다가 심각한 비만으로 말미암아 거의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그렇게 서로 어울릴만한 공통점이 없는 두 사람이 오해와 이해의 과정을 통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모에게서조차 사랑받지 못하며 자라고 있는 메리와 어린 시절에 고아가 된 맥스의 이야기.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람과 사람이 어떠한 관계를 쌓아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 과정인가가 담겨 있다.

서로 다른 처지와 환경, 다른 생각과 상황을 딛고 때로는 기쁨을, 때로는 아픔을 주기도 하며 이루어가는 그런 과정.

메리와 맥스는 그렇게 서로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며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나간다.

 

 

 

서로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는 못했지만, 진심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마음을 나누며 정신적인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

요즘처럼 실시간으로 전 세계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세상에서 메리와 맥스가 전해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주는 교훈이다.

친구라는 의미가 사람의 삶에 얼마 만큼의 무게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그들의 우정에 코가 찡해진다.

 

군데군데에 초코 알처럼 박혀있는 재미와 가슴 깊은 곳까지 새겨지는 감동이 담긴 선물상자 같은 영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Philip Seymour Hoffman)과 토니 콜렛 (Toni Collette)의 목소리 연기도 매우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메리와 맥스는 우리의 삶에 단 한 명의 친구가 얼마나 커다란 힘이 되는 존재인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Mary and Max

감독: 아담 앨리엇(Adam Elliot)

 

* 의인화한 등장인물들의 손가락은 왜 네 개뿐인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이런 걸 궁금해하는 나도 좀 이상한 것일까? -_-..

 

**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종종 드는 생각이지만, 어른에게 애니메이션은 실사보다 더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 이유가 어쩌면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자주 접했던 어린 시절의 감수성으로 대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