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없는지 알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맛집'이라는 곳을 찾아가곤 해왔다.
나 또한 거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가끔 TV에서 보던 맛집을 찾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곤 했기 때문이다.
아나운서와 스타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그 프로그램이 알려주는 곳이라면 정말 맛있는 곳일 거로 생각했다.
영화는 맛집과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허구 즉 거짓과 조작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천만 원으로 거래되는 맛집의 광고 비용, 맛집 브로커와 방송사의 협잡을 보고 있자면 기가 막힌다.
한 프로그램에서는 불결한 위생 상태로 말미암아 고발을 당하는 집이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맛집으로 둔갑한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보고 있는 미디어에 대해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시사 교양 프로그램마저 쇼로 변질하여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마저 상관없이 날조되는 방송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공정하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행위들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렇기에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음을 목도하게 된다.
언론이 부패할 때 사회의 자정 능력은 굉장히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디어가 스스로 자기의 정체성인 공정성을 잃는다면 사회는 더 이상의 형평성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신료의 가치를 생각하고, 내일을 보는' 방송을 지향한다는 공중파 방송 3사의 담당자들은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방송의 제작 과정에 브로커씩이나 동원하는 어이없는 짓을 벌이는 것일까?
삼겹살에 캐비어를 엮고, 오징어에 캐비어를 덧씌우는 기막힌 코미디를 만들면서 그 누구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맛이 간 방송에 대한 책임에서 시청자들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잘못된 것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묻지 않는 태도는 결국 자기의 권리를 저버림으로써 우리 자신이 스스로 주인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사회의 방관자로 침묵하고 있을 때 더더욱 우리들의 세상은 자유롭고 정의롭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시청자들의 수준이 그거밖에 되지 않는다."
인터뷰를 한 어느 사람의 말이다.
부정과 부조리에 대해서 우리가 계속 방관자적인 태도로 임하는 한 우리는 잘못된 힘에 계속 굴욕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먹고 살기 바쁘니까 너희는 그런 것에 관심 끄고 그냥 아무거나 처먹고 살다가 가라!"라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가?
우리에게 가짜를 내보이며 자기들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농락당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뜨겁지 않은 것을 뜨겁다고 거짓말을 시키고, 달지 않은 것을 달콤하다는 거짓 표현을 강요당하는 게 우리들의 모습일 수는 없다.
그저 닥치고 앉아서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일 수는 없다.
'트루맛쇼'는 가장 민감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사회의 부당함을 통렬히 까발리는 '우리들의' 시작이어야 한다.
1년에 TV에 나오는 음식점의 수가 자그마치 9천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식당이 그야말로 모두 맛집인가?
그 안에 담긴 맛집 탐방 프로그램의 '맛이 간' 현실을 폭로하기 위해 영화는 블록버스터급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몰래카메라에 찍힌 방송사와 브로커의 뻔뻔하고 염치없는 태도를 보며 화가 난다기보다는 자조의 쓴웃음이 나기도 했다.
'TV에서 맛은 맛이 갔습니다.
아니 방송이 맛이 갔습니다.
이제, 선택하십시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일까?
가짜로 가득 채워진 밥상을 엎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The True-taste Show
감독: 김재환
* 올해 열린 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려고 했지만 놓쳤었는데 결국 관객상을 받았다.
그런데 방송 3사로부터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받았다가 결국 기각되었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 프랑스인 요리사가 캐비어를 삼겹살과 섞어서 지글지글 구울 때의 그 어이없는 표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한식 세계화에 관심 많으신 가카의 영부인께 그 방송을 보여 드리고 그 음식을 진상한 후의 모습이 보고 싶다.
어떤 반응일지 보이지 않는가?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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