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하게 사는 것일까?'라는 생각은 살다 보면 누구나 한번 쯤 하게 될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주위 환경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위해 간절한 마음을 담아 노력하라.'라고.
말이야 쉽지만 그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우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먼저 알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하고 싶은 바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생각만으로 그 과정의 길 끝에 '행복한 결과'가 저절로 만들어져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고 행복해지는 무엇, 그것이 삶의 방식이든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이든 간에 그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간절한 바람이란 결국 절박한 노력과 이어져야 비로소 이뤄지는 것일 게다.
영화는 발리우드 특유의 긍정성과 유쾌함으로 채색되었지만, 그 안에 담긴 땀과 눈물 또한 분명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친구 라주(샤르만 조쉬, Sharman Joshi)와 파르한(마드하반, Madhavan)은 그들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동창 차투르(오미 바이디아, Omi Vaidya)와 함께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란초(아미르 칸, Aamir Khan)를 찾아 길을 나서게 된다.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는 것에 주저하고 순응하던 라주와 파르한에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말해주던 란초.
그 세 친구가 좌충우돌하며 대학교에서의 생활을 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란초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존재였는지를 말한다.
란초는 한마디로 여느 사람들과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과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다.
인도 최고의 공과대학에 다니는 거의 모든 학생은 오로지 시험 점수와 성적에만 연연하며 살아가고 있다.
성적이 좋아야 졸업한 후에 좋은 직장을 다닐 수 있고 그래야만 돈을 많이 벌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란초는 이러한 생각과 태도에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는 게 과연 행복한 것인가, 네가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아라, 다른 이가 아닌 너 자신의 인생을 찾아라!"라고 말이다.
그리고 학교 교육의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학교의 목적은 무엇인지, 배움은 성적과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것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사회, 그것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인도 사회나 우리나라 사회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그 보편적 현상이 참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이상은 알지만, 현실이 이러한데 다르게 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하는 것에 온 국민이 동의한 것 같은 이 답답한 세상에 대해서.
란초는 그 기존의 틀을 뒤집는 존재이다.
꿈을 스스로 이루어가는 그 모습이 어쩌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못내 안타깝게 여겨지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 함께 느꼈던 그 꿈같은 희망의 즐거움과 행복감이 극장의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밝고 희망찬 메시지여서일까?
란초의 모습은 마치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물을 마셔버리고 나니 사막에 서 있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 듯한 느낌과 흡사했다.
졸업하는 것에 실패한 학우가 자살하자 란초는 총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두 자살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건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에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을 브랜드와 가격표로 평가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남들은 그를 바보로 생각하고 스스로 얼간이처럼 굴지만, 란초의 바보스러움은 우리 사회의 지금과 앞날에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어쨌거나 영화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굉장히 재미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오가며 나열되는 수많은 이야기는 웬만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여러 코너를 압도할 만큼 웃음을 안겨준다.
박장대소하게 하는 그 웃음의 끝을 차분하게 극적 고조의 지점으로 이끄는 것도 무리가 없게 이어진다.
어찌 보면 너무 순진하고 긍정적일지 몰라도 란초가 외치는 그 주문의 힘, "알 이즈 웰(All is Well)!"을 믿고 싶기도 하다.
용기를 부르는 힘, 숨을 멈춘 갓난아기의 호흡을 부르는 힘, 실의와 좌절에서 긍정과 희망을 품게 하는 그 힘을 말이다.
3 Idiots
감독: 라즈쿠마르 히라니(Rajkumar Hirani)
* 내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허황한 영화로 보일 수도 있겠다.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본 뒤끝이 그런 점 때문에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
** 주인공 아미르 칸은 인도의 국민배우로 대접받는다는데, 자그마치 1965년생이란다.
영화에서 보면 영락없는 철딱서니 대학생으로 보이던데.
놀랍다.
'알 이즈 웰'의 힘인가? 후훗..
*** 영화의 결말을 장식하는 세 얼간이가 다시 만나는 곳은 라다크(Ladakh) 지방의 판공(Pangong) 호수라고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거대 염호인데 그 지대가 해발 4천 미터 즈음에 있어서 '하늘 호수'로 불릴 만큼 경관이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곳이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영화 속의 장면에서 하도 예쁘고 멋지게 나와서 CG로 처리한 줄 알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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