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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꿈의 동굴: 3만 년 세월의 흔적을 잇는 탐사적 성취

evol 2013. 1. 17. 01:27

 

 

지금으로부터 약 3만 2천 년 전의 흔적으로 보이는 암각화가 존재하는 동굴이 1994년 프랑스 남부의 아르데스 강의 협곡에서 발견되었다. 동굴을 발견한 고고학 분과 공무원인 쇼베(J.M.Chauvet)의 이름을 따서 그 동굴에는 '쇼베 동굴'이라고 이름이 붙여진다. 동굴에는 크고 작은 벽화가 300점 이상 발견되었는데, 동굴이 발견되고 난 그때로부터 유적의 훼손을 막고 동굴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 일반인의 출입과 촬영 등의 시도를 통제해왔다.

 

여러 차례에 걸쳐 수많은 영화감독이 동굴의 촬영을 위해 프랑스 정부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 영화를 찍은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간절함을 담은 노력에 마침내 프랑스 정부는 촬영을 허락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허락된 조건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동굴 내부의 환경이 해를 입는 것을 우려해서 촬영에 허락된 시간은 총 24시간으로 제한되었고, 그것도 여섯 차례에 나뉘어 한번에 4시간씩의 촬영만이 허용되었으며, 인원제한과 촬영의 공간적인 범위도 엄격히 선을 그어 최소한의 조건만 허용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쇼베 동굴은 3만 년이 훨씬 넘도록 발견되지 않고 그 안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전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바로 동굴의 입구에 커다란 바위가 굴러떨어지면서 입구를 막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동굴은 외부와의 격리 상태로 그 오랜 세월 동안 마치 타임캡슐에 봉인되었던 것처럼 밀폐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탓에 3만 2천 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그 세월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3D 영상으로 담은 동굴의 모습에는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 거기에는 가늠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시간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때의 인류와 교감하게 되는 벅찬 느낌의 체험이 있겠다. 감독이 영화를 생각하는 중심 의식은 영화에서 어느 고고학자가 말하듯이,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로서 세상을 인식하는 지혜로운 존재가 아니라 호모 스피리추얼리스(Homo Spiritualis)로서 영적인 존재라는 점에 놓여 있다. 그런 연유로 이 영화는 어떤 기록과 조사의 의미보다 그 안에 담긴 옛 인류의 자취를 따라가면서 그들의 존재와 만나보는 의미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고 본다.

 

 

 

벽화에 있는 동물의 그림에는 놀랄 만큼 생생한 느낌이 전해지고, 그런 느낌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서 카메라는 매우 간결한 움직임으로 동굴 내부의 모습과 공기마저 담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고고학자와 미술학자들의 인터뷰 내용은 매우 적절한 내용과 분량으로 영화보기를 돕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를 마주하는 느낌은 신비롭고 경이롭다. 지금은 더는 찾아볼 수 없는 멸종된 동물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 느낌은 아주 구체화하여 다가온다. 여러 동물의 그림과 당시 사람의 손바닥으로 찍힌 흔적들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것들이고, 게다가 동굴 내부의 굴곡진 면에 그려진 동물의 그림에서는 마치 지금의 입체 영상과도 같은 효과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동굴 안을 밝히던 횃불의 빛이 흔들리면서 벽화에 그려진 동물들이 마치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을 발견한 당시의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효과를 고려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입증되었다. 3만 2천 년 전의 인류가 그런 영화적인 원리에 착안해서 그런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느낌, 그야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이 전해진다.

 

그 감동을 전하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3D 영상으로 촬영한 영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받는 것에 무척이나 그 효과를 배가시킨다. 3만 2천 년 동안 숨죽이며 감춰졌던 시간을 만난다는 것, 그 시간의 거리를 좁히는 영상을 본다는 것, 거기에는 그때의 인류 또한 그들의 삶 속에서 영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며 예술적 행위를 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동굴의 발견이 위대한 발견이었다면, 동굴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오늘날 우리 인류가 기록하는 '잊히지 않을 동굴의 기록'과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Cave of Forgotten Dreams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Werner Herz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