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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임파서블: 비극적 재난 상황에서 발견하는 인간애의 소중함

evol 2013. 1. 18. 23:20

 

 

지금으로부터 8년이 조금 넘은 2004년 12월 26일, 엄청난 위력의 쓰나미가 동남아시아 연안의 나라들을 덮쳐서 수만 명의 사상자와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만드는 지옥을 연출했다.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천재지변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런 와중에 가족과 친지, 친구와 연인을 잃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영화 '더 임파서블'은 그런 재난의 상황을 배경으로 삼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며, 영화에 담긴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로 당시 그 일을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리아(나오미 왓츠, Naomi Watts)와 헨리(이완 맥그리거, Ewan McGregor) 부부는 루카스(톰 홀랜드, Tom Holland), 토마스(사무엘 조슬린, Samuel Joslin), 그리고 사이먼(오클리 펜더가스트, Oaklee Pendergast) 등 세 명의 아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아 태국의 바닷가 리조트로 여행을 왔다. 그리고 한가로이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책을 읽고 물놀이를 즐기던 그들에게 거대한 해일이 들이닥치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그들은 물길에 휩싸이며 서로 헤어진 채로 생사를 알 수 없는 지경에 놓이게 된다.

 

 

 

한참 동안 생사를 넘나들며 물속에서 허우적대던 마리아는 큰아들 루카스를 발견하고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하지만 이미 몸 곳곳에 상처를 입고 기진맥진 상태인지라 쉽지 않다. 가까스로 떠다니는 나무에 몸을 의지한 두 모자는 차마 다른 가족의 안위를 걱정할 기력도 없을 정도 너무나 당황스럽고 끔찍한 상황에 놓인 자신들의 처지에 그저 두려움의 눈물을 흘린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물이 빠진 곳으로 힘겹게 걸음을 옮기던 그들은 어디선가 아빠를 부르짖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다. 또다시 해일이 밀려들지도 모르는 위급한 상황, 루카스는 너무나 심하게 다쳐서 똑바로 볼 수도 없는 엄마가 걱정되어서 그냥 지나치자고 하지만, 마리아는 저 아이가 토마스이거나 사이먼이면 어떻게 하겠느냐면서 끝내 그 아이를 구해서 높은 나무로 어렵사리 피신한다.

 

영화는 그렇게 마리아와 루카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어린 루카스의 눈을 빌려 그 당시의 참상을 재현하며, 재난의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지옥과도 같은 재난의 현장에서 과연 어떤 힘이 그들을 버티게 했고, 무엇이 그들을 기적적인 재회로 이끌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나간다. 곳곳에 시신이 즐비하고, 촌각을 다투며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계속 발생하며, 시신의 향방조차 알 수 없어 온 사방을 헤매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며, 그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기 위한 고된 역경을 담는다.

 

 

 

재난을 다룬 영화이면서도 영화가 주안점을 둔 것은 그 상황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재현하기보다, 그 상황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작지만 커다란 선의와 배려 그리고 역지사지의 온정을 베푸는 도움과 베풂의 모습이다.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거대한 고통과 고난을 안겨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상시라면 그리 대단할 것 없이 소박하고 별것 아닌 것 같은 모습은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에 사실적인 힘과 감동적인 기운을 더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알기에 다른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 사람들이었고, 영화는 그들을 억지스러운 감동을 덧입히기 위한 섣부른 영웅화의 방법을 택하지 않고, 그것이 곧 그들이 겪은 실화의 진실이고 그 사람들의 진심임을 담담하게 전달할 뿐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피를 흘리던 마리아가 큰아들 루카스에게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이 옳다는 가르침을 안겨줌으로 해서, 철부지였던 루카스는 그 후로 엄마에게 듬직한 모습을 보이며 엄마를 돌보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가족을 찾는 일에도 뛰어들어 그들의 상봉을 보며 흐뭇해하면서, 타인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동정과 연민의 손길을 내미는 용기를 배워나간다. 그런 모습은 잠이 오지 않는다며 한밤중에 엄마 품에 안기던 둘째 아들 토마스가 막내둥이 사이먼의 손을 놓지 않고 형 노릇을 하며 돌보는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참으로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그의 배우 인생에서 첫 번째로 아버지 역할을 맡은 이완 맥그리거는 도드라지는 연기를 펼치지는 않지만,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어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오열하는 모습에서 무척 진심 어린 연기를 보여준다. 한편, 목숨이 눈앞에서 왔다갔다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인간애의 위대한 모습을 보여준 마리아 역의 나오미 왓츠의 연기가 퍽 인상적이다. 특히 꺼져가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심경을 표현하는 병상의 모습은 절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이 영화에서 가장 중심에 놓인 인물은 루카스 역의 톰 홀랜드이다. 영화가 시작되던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동생조차 귀찮아하고 자기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던 루카스가 어떤 일들을 겪으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를 의미 있게 보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지옥과도 같은 비극적 상황, 희망이라고는 한 줌 남기지 않고 모두 쓸어간 절망의 현장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한 가족의 기적적인 재회를 목도하게 된다. 그 가족과 그들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에서 진실한 인간애의 발현을 목격한다. 결국, 무엇엔가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예쁘다고 말하는 한낱 감상을 일컫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건네지는 진심 어린 배려와 선의의 손길에서 오가는 사람다운 모습, 거기에서 얻는 공감과 나눔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The Impossible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Juan Antonio Bayona)

 

* 그 어마어마한 해일이 리조트와 사람을 휩쓸어버리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로 물을 사용해서 촬영했다고 한다. 사실감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랬다는데, 그 당시에 현장을 겪었던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싫을 것 같다.

 

** 영화상에는 마리아와 헨리 가족이 영국인으로 등장하지만, 실화의 주인공들은 스페인사람이라고 한다. 그 정보를 접하고 다시 살펴보니 정말 영화의 제작사와 제작진들이 미국이 아니라 스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