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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 금융자본주의의 악마성을 보다

evol 2013. 1. 9. 01:58

 

 

경제 관련 뉴스에 딱히 지식이 부족하거나 관심이 적은 사람이라도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금융 위기 상태의 파국으로 치닫게 한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 대해서는 한두 번 귀동냥으로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 그 사건은 미국 금융계 굴지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촉발된 도미노식 기업들의 도산을 잇게 했고, 주식 시장을 암흑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으며, 부동산 시장을 폭락으로 이끌어 수천만 명을 거리로 나앉게 만든 거대한 재앙이었다.

 

그 사태는 중산층의 상당한 범위를 몰락하게 만들었고, 서민들은 더더욱 어려운 살림살이로 몰아붙이는 계기가 되었는데도, 정작 그 사태를 일으킨 금융계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그들의 부와 위상을 유지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마무리되었다. 흔히 접하곤 하는 것처럼 '1%의 이익을 위해 99%의 희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정책적으로 펼치는 금융자본주의의 악마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금융 위기 사태를 소재로 삼아서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낸 서늘하고 간결한 스릴러 드라마다.

 

영화는 어느 금융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인원을 감축하며 정리해고를 하는 살풍경으로부터 시작한다. 회사의 리스크 관리팀의 팀장인 에릭(스탠리 투치, Stanley Tucci)조차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는데, 회사 측에 미처 화를 낼 틈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그 과정에서 에릭은 팀의 부하직원인 피터(재커리 퀸토, Zachary Quinto)에게 그동안 자기가 맡아서 진행하던 일의 결과가 담긴 USB를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건네주고 회사를 나온다.

 

 

 

정리해고 과정에서 생존한 피터는 그날 밤 에릭으로부터 받은 USB 안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발견한다. 마진 콜의 금액이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총자산을 넘어선 상황에 이르렀고, 그 결과로 회사의 모든 것을 팔아치워도 고객들이 맡긴 자산을 온전히 갚아줄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는 사실이다. '마진 콜(Margin Call)'이란 금융사에 맡겨진 고객의 증거금이 최초 계약 당시 이하의 수준으로 하락해서 추가 자금을 충당하여 그 내용을 메꾸도록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치명적인 위기에 회사가 직면해있다는 뜻이다.

 

영화는 그 상황을 시작으로 해서, 회사의 최고 경영자 (제레미 아이언스, Jeremy Irons)로부터 중역을 담당하고 있는 샘(케빈 스페이시, Kevin Spacey)과 간부 재러드(사이먼 베이커, Simon Baker), 사라(데미 무어, Demi Moore), 윌(폴 베타니, Paul Bettany)등을 거쳐 말단 직원 세스(펜 뱃질리, Penn Badgley)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상황을 진행해 나간다.

 

그 사건이 얼마나 촌각을 다투는 일인지는 최고 경영자인 존이 헬기를 타고 한밤중에 회사로 오고, 다른 간부들도 모두 소집된 상황이 말해준다. 연봉이 천억 원 대에 이르는 존은 사람들에게 세상에는 일정한 비율로 부자와 가난한 자가 존재하게 되어있다는 소릴 지껄이면서, 자기가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이유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는 뻔뻔한 소릴 늘어놓는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손해 없이 부를 축적하고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등이 되거나, 똑똑하거나, 사기를 쳐라!"

 

그의 모습에서 금융자본주의의 저열하고 비열한 악마성을 보게 된다. 그는 결국 아무런 거리낌 없이 휴짓조각에 불과한 상품을 직원들에게 강매하도록 요구한다. 수많은 사람의 손해와 불행이 뻔히 야기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그의 앞에 기업인의 윤리나 양심 따윈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모습은 곧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제 살길을 찾는 악마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그에게 잠시 맞섰던 샘은 다른가? 샘은 직원들을 대량으로 정리해고하는 살벌한 상황에서도 인원 감축 대상에서 제외되어 살아남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떠난 사람들은 잊어라. 너희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긴 거다. 그런 그들의 희생 덕에 회사가 성장해온 것이다."라고. 자못 침통한 척, 비장하게 말하지만 그의 말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그렇게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만들면서도 냉정하던 그가 자신이 키우던 개의 죽음에 통곡하는 걸 보면서, '1%'의 이중성을 새삼 재확인할 따름이다.

 

영화는 그처럼 실질적인 금융 사태의 실상이 어떤 경제적인 오류를 수반했는지, 직접적으로 월가의 파행적인 구조적 모순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등장인물의 태도와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총성 없는 전쟁 같은 급박한 상황을 담아낸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곧 권력이 보장하는 욕망의 장터이며, 그들이 저지른 사고의 해결에는 대다수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서 마련한 세금이 동원된다. 사회에서 1등도 못하고, 똑똑하지도 않으며, 사기꾼이 되지도 못하는 대다수는 한낱 개만도 못한 삶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Margin Call

감독: J.C. 챈더(J.C. Chandor)

 

* 상황극과도 같은 구성에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점이 장점이라면, 모든 것을 '회사'안에서 전개한 이야기의 틀과 제한적인 요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다가 나도 모르게 "저런 XXX들!"이라고 읊조리며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