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살을 넘겼으면서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감독과 배우로서의 길을 여전히 가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가 4년 만에 다시 배우로 영화에 출연한 작품인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해 각본의 힘이 부족한 영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출연작이라는 점과 야구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기대가 많았던 영화인데, 이야기의 전개 과정도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결말의 작위적인 측면과 안이한 마무리에 다소 실망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메이저 리그 야구 선수를 영입하는 스카우트인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유망주를 발굴하는 탁월한 실력을 발휘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컴퓨터를 통해 드러난 자료에 근거해서 선수를 판단하는 방식의 현대적인 스카우트가 아니고, 직접 야구장에 가서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을 관찰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스카우트다. 선수들이 어떻게 투구를 하는지, 타격을 하는지, 주루와 수비가 어떠한지를 직접 꼼꼼하게 챙기면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과 소리까지 들으며 분석하는 방식이 바로 거스의 장점이다.
그러던 그의 스카우트 생명에 위기가 찾아오는데 그것은 바로 나이가 들게 되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해지는 점이다. 최신 방식의 젊은 스카우트에게 자리를 위협당하는 어려운 가운데에서 거스는 구단으로부터 고등학교 선수 중의 유망주를 영입하는 일을 맡게 되는데, 거스의 딸인 미키(에이미 아담스, Amy Adams)가 거스의 친구인 피트(존 굿맨, John Goodman)로부터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거스의 스카우트 여정에 동행하게 된다.
잘나가는 변호사인 미키는 중요한 일을 맡아서 장래의 지위를 보장받게 되고자 하는 상황인데, 고민 끝에 아버지를 찾아가서 함께 아버지의 일을 돕는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보고 익힌 터라 스카우트가 지녀야 할 자질도 만만찮은 미키는, 실은 아버지를 좋아하지만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자기를 친척 집에 맡기고 떠난 아버지에게 미키는 서러움과 미움이 뒤섞인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녀가 모두 고집불통의 성격과 직선적인 성질 탓에 함께 있는 자리의 분위기는 온기보다는 냉랭함이 앞선다.
한편, 두 사람 앞에 거스가 과거에 영입했던 조니(저스틴 팀버레이크, Justin Timberlake)가 나타나는데, 조니는 과거에 앞날이 기대되던 선수였다가 부상을 당하고 지금은 스카우트로 일하고 있고, 같은 야구장에 일하러 왔다가 두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그렇게 세 사람이 서로 상대를 달리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각자 지녔던 고정된 생각들을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물론, 그중에서도 주요 관계는 아버지 거스와 딸 미키의 이야기다. 그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화해와 삶의 전환점 등에 관한 내용이다.
노년의 삶을 맞아 평생 해오던 일에 은퇴를 종용받는 거스와 오직 일만 바라보며 조금의 여유조차 없이 살아온 미키, 두 부녀는 모두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되돌아본다. 그들의 모습에는 단절되어 있던 가족으로서의 두 사람이 어떻게 둘 사이에 가로막혔던 벽을 허물고 소통의 통로를 뚫는가가 보임과 동시에 화해의 기쁨이 잔잔한 여운을 안겨준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특별한 고저의 변화 없이 평이한 연출이 되어 있는데, 그 평이함이 결말에 와서는 오히려 안이하고 급격한 변화로 마감되며 영화 자체의 뒷맛을 떨어뜨리고 만다. 그런 결말은 결국 주제의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에 역효과를 준다는 생각이 들고, 해피엔딩이 줄 수 있는 악영향을 노출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그 모든 것을 감싸는 것은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다. 물론, 에이미 아담스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연기도 좋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존재감에 이를만한 것은 아니다.
거스라는 인물이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놓고 창조한 인물처럼 느껴지는 점은 그 인물의 고집스러운 캐릭터와 불같은 성질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많이 겹치는 탓인 것 같다. 무뚝뚝하면서도 딸에 대한 사랑을 품은 노년의 아버지의 모습, 자기 일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 등을 표현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습이 영화 대부분을 장악한다. 인생의 소중한 보물은 눈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 눈을 감고 귀로 들어야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교훈이 담긴 완만한 변화구 같은 영화다.
Trouble with the Curve
감독: 로버트 로렌즈(Robert Lorenz)
* 요즘 책을 읽거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볼 때 가까운 거리에서 잘 보이지 않는 현상에 맞닥뜨리곤 하는데, 영화에서 거스가 맞닥뜨리는 그 상황을 바라보며 '아, 늙는다는 건 참 당황스럽고 서글픈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했다. 나, 노안 왔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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