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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이디엇 브라더: 네드처럼 착하게 살아도 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

evol 2012. 12. 4. 19:58

 

 

원래 착하고 순진한 사람을 일컬을 때에는 '바보'라고 하진 않았을 거다. 착하다는 건 나쁘지 않고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고, 순진하다는 건 순수하고 참된 사람을 뜻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요즘의 세상에서는 영악하고 약삭빠르지 못하고,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순수한 사람은 어리석고 멍청하다는 뜻의 '바보'라고 부른다. 사람을 대할 때 선의로 대하고, 상대방의 거짓말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눈치 없고,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으며, 함께 어울리는 것에 기피 대상이 되는 세상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네드(폴 러드, Paul Rudd)는 바로 그런 '바보'다. 촌스럽게 구불구불하게 기른 단발머리에, 딱히 멋스럽지도 않게 대충 기른 수염에, 말투도 어눌한데다가 말더듬증 증세까지 보이는 네드는 누구를 만나도 선한 웃음으로 대하는 착한 사람이다. 채소를 길러서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하던 그는, 버젓이 경찰복을 입고 나타난 경찰이 자기에게 대마초를 팔라고 사정하자, 몇 번 거절하다가 경찰이 우울증을 호소하며 간곡히 부탁하자 결국 위로의 말과 함께 대마초를 건네다가 구속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이쯤 되면 네드는 단순히 착하고 순진한 차원을 넘어서 아무래도 멍청하고 어리석고 모자란 바보가 맞는 걸까?

 

 

 

모범수로 교도소 생활을 한 덕에 형량보다 일찍 가석방되어 여자친구 자넷(캐스린 한, Kathryn Hahn)이 있는 집으로 찾아가지만, 자넷은 멍청한 일을 거듭 저지르는 네드와의 관계를 이미 정리하고 새로운 남자친구 빌리(티 제이 밀러, T.J. Miller)와 동거중이다. 한마디로 네드는 여자친구에게 차였고 살던 집에서도 쫓겨났으며 심지어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 같은 개 윌리 넬슨까지 빼앗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엄마(셜리 나이트, Shirley Knight)를 찾아가지만, 마냥 폐를 끼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자신을 보러온 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언제고 찾아오라는 말에 그들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지만 그들에게 환영받진 못한다.

 

네드의 모습을 보면 그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지적으로 모자라다기보다는 여느 사람들보다 정이 많고 꾸밈없이 자기의 생각과 마음을 꺼내놓는 사람이다. 바로 그러한 점들이 현대의 도시화한 공간의 삶에서 타인을 피곤하게 하고 눈치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되는 원인이긴 하지만 네드의 삶이 근본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입힌다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네드의 순수한 마음과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도리어 바보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에는 네드의 모습을 통해서 누이 셋의 삶을 들여다보는데, 거기에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있기도 하다. 첫째 누나 리즈(에밀리 모티머, Emily Mortimer)는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느라 하루하루가 바빠서 제대로 꾸미지도 못하고 살아가는데다가, 남편은 자신이 알몸을 드러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무반응을 보이는 통에 한없이 서럽고 외롭다. 네드 때문에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지만 차라리 그 사실을 모르면 좋았을 것을 네드가 끄집어낸 것처럼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네드에게 돌린다.

 

유명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둘째 누나 미란다(엘리자베스 뱅크스, Elizabeth Banks)는 네드를 이용해서 특종 기삿거리를 따보려고 하지만 네드가 협조하지 않아서 회사에서 굴욕을 당하고, 절친한 친구로 지내던 남자와도 틀어지게 된다. 한편 동생 나탈리(주이 디샤넬, Zooey Deschane)는 양성애자인데 레즈비언 여자친구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델 일로 알게 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덜컥 임신하게 되는데, 네드 덕에 그 사실이 여자친구에게 알려지자 네드에게 화풀이를 한다. 한마디로 세 자매는 자신들에게 지워져 있던 문제의 책임을 엉뚱하게 네드를 향해 쏘아붙이는 셈이다.

 

 

 

네드의 존재는 그들에게 덮어 놓으면 좋았을, 혹은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굳이 앞당겨 알고 싶지 않았던 문제를 끄집어내는 불편한 진실의 폭탄과도 같다. 다시 말하면 네드는 그들의 삶에 감춰져 있던 진실을 들춰내고, 허위로 포장되어 있던 가식의 상자를 뜯어버리는 존재인 것이다. 가만히 둬봐야 언젠가는 곪아서 터지기 마련인 일들, 똑바로 보지 않고 생각 한 구석에 미뤄둬 봤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네드를 통해 직면하게 되자, 자신들이 지닌 모순과 잘못을 순박한 네드에게 떠넘기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잘못되게 하는 짓을 못 하는 네드의 성품, 자기가 손해를 볼지언정 남에게 해를 입히는 짓을 하지 않는 네드의 모습을 통해서,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을 밟고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대 도시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허세와 허위의 허울을 쓴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네드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그렇지만 과연 누가 더 바보 같은 삶을 사는 걸까? 영화는 얼핏 바보처럼 보이는 네드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보게 한다. 남을 속이고, 이용하며, 짓밟고 얻는 사악한 기쁨보다 네드의 '바보스러움'이 빚어내는 '사랑스러움'이 참된 행복감을 주리라고 믿는다.

 

 

 

Our Idiot Brother

감독: 제시 페레츠(Jesse Peretz)

 

* 아무 말 없이 바라보며 눈만 깜빡여도 사랑스러운 모습의 주이 디샤넬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 미국의 컨트리 가수인 윌리 넬슨을 좋아하는 네드는 개 이름으로 윌리 넬슨을 지었는데, 나중에 돌리 파튼이라는 개를 만나게 된다. 이윽고 영화에서 가장 총명한 눈빛의 네드를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