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kⓘnⓞ。

밀레니엄-제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리스베트, 안쓰럽다

evol 2012. 3. 23. 22:31

 

 

밀레니엄 시리즈에서 다른 무엇보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리스베트 살란데르(누미 라파스, Noomi Rapace)라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어둡고 고독한 모습과 비상한 해킹 능력,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인함 등의 독특함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또 하나 낯섦과 의외성으로 여겨지는 것은 지구 상에서 가장 상위로 꼽히는 안정적인 복지 정책을 펴는 북유럽의 나라인 스웨덴이 무대라는 점이고, 그런 국가의 표면적인 이미지에 반하는 추하고 잔혹한 사회상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제2부인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리스베트의 개인사에 관한 전사(前史)를 다루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가해지는 아버지의 폭행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어린 리스베트는 자기 아버지에게 기름을 끼얹고 성냥을 그어 던진 과거를 가지고 있고, 그 이후로는 줄곧 혼자서 세상을 헤치며 살아낸다.

그런 그의 모습은 고스(Goth)족의 화장과 검은색 가죽점퍼, 양성애적인 성적 정체성, 은둔형 삶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밀레니엄 편집부는 스웨덴 사회의 고위층 인사들이 동유럽과 아시아계의 어린 여성을 대상으로 성매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쫓던 르포 기자와 함께 사건을 맡기로 하는데, 사건을 애초부터 추적해서 논문으로 발간한 기자의 여자친구와 기자가 살해되고 만다.

뒤이어 리스베트의 보호감찰을 맡고 있던 닐스 뷰르만(피터 안데르손, Peter Andersson) 마저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총기에서 리스베트의 지문이 나오면서 경찰은 리스베트를 살인범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시작한다.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리스베트의 무죄를 확신하는 미카엘(미카엘 뉘크비스트, Michael Nyqvist)은 사건의 진실을 뒤쫓는다.

세 명의 살인자로 몰린 리스베트는 자신의 결백을 알리기 위해서 분주하게 노력하던 끝에 놀라운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상황은 점점 리스베트를 옥죄어 오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든 리스베트의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리스베트의 지옥 같은 개인사를 지켜보며 가족 관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악마의 모습을 대면하게 된다.

 

 


전편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속편의 운명을 가진 작품이지만, 전작과는 영화가 지닌 내용의 형태가 꽤 다른 편이다.

스릴러 장르적인 성격으로 빠르게 진행되던 전편과 달리 이 영화는 리스베트라는 인물의 사연에 주목하고 있다.

그런 탓으로 속도감이 좀 덜 하고, 한 점으로 모이는 힘의 폭발력이 그리 크진 않지만, 리스베트의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삶에 깃든 아픔과 분노를 전작보다는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더불어 그를 잠식하고 있을 깊은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증오하는 리스베트의 불같은 모습이 무엇에서 연유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상처받고 약한 존재이기에 리스베트는 누군가의 보호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강해지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쉽게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리스베트.

가녀린 그의 체구와는 다르게 커 보이는 느낌이 있긴 해도 리스베트는 한없이 약하고 사랑받길 원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성 인신매매 조직을 밝혀내고 성 매수자의 정체가 과연 누구인지를 밝히는 수사망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수사망의 위에서 수사를 더는 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 고위층 인사의 압력이 있는 탓인데, 이유는 너무나도 뻔하다.

바로 그들이 그 범죄를 직접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 상납 사건이 있었지만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었던 사건이 어디 있었던가!

 

그와 마찬가지로 리스베트의 현재의 삶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힘겹고 고달픈 상황이 되었는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의 삶을 어둠 속으로 들이민 사람의 정체를 대면하면서 과연 저 인간의 혈관에도 사람의 피가 흐르는지 의심이 들었다.

생각하면 인면수심의 인간들이 참 많기도 한 세상이다.

영화의 후반은 그야말로 리스베트에게 가히 지옥을 체험하는 잔혹하고 끔찍한 상황이 전개된다.

하긴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이기도 하다. 후우......

 

 

 

Flickan som lekte med elden, The Girl Who Played with Fire

감독: 다니엘 알프레드슨(Daniel Alfredson)

 

* 리스베트는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다.

아주 그냥 체인 스모커!!

소설 원작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감독의 설정인지 모르겠지만......(내가 왜 이런 걸 걱정해. -_-..)

어쨌거나 그가 피우는 담뱃갑에서 'Camel' 상표를 봤다. 흠흠..

 

** 밀레니엄 시리즈의 최종 작품인 3부가 4월 5일로 개봉 확정되었다.

리스베트의 또 다른 모습이 어떻게 나올는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