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kⓘnⓞ。

언터처블, 1%의 우정: 유쾌함의 에너지, 사람을 잇는다!

evol 2012. 3. 27. 23:11

 

 

엄청난 재력과 문화적 소양을 겸비한 필립(프랑수아 클뤼제, Francois Cluzet)은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이 고루 갖춘 삶이지만, 계속되는 유산으로 아내를 잃었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목 이하는 모두 마비된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충분한 금력을 가지고 있는 덕택에 최선의 의료적 조치를 취하고 있고 어떠한 생활적인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기는 해도 삶에 대한 무력감과 답답함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아프리카의 세네갈로부터 프랑스로 건너오게 된 드리스(오마르 사이, Omar Sy)는 사회의 최하층과 다를 바 없는 생활 환경을 가지고 있고, 딱히 학력도 기술력도 없는데다가 범죄 경력마저 있는 실업자 신세의 삶을 살고 있다.

생활보조금이라도 벌기 위해서 우연히 들르게 된 필립의 집에서 필립의 수족 노릇을 하는 간호인 역할을 시작하게 된 드리스는 생소한 일에 대한 어려움에 맞닥뜨리지만, 필립의 처지에 마음을 열고 이내 적응을 하게 되고, 필립 또한 편견의 시선을 던지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드리스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 영화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인물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 편견과 선입견의 극복 등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언뜻 보자면 머리를 제외한 몸의 모든 부분을 옴짝달싹하지도 못하는 필립의 신체적 장애가 먼저 눈에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드리스에게도 삶은 신체적 장애에 버금가는 장애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사람들 누구에게나 자기의 삶을 고되게 하고 좌절하게 하는 장애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시각에서 볼 때, 필립과 드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마음을 나누고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하는 점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인데, 그런 종류의 영화가 대개 갖는 '감동 지향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있다.

눈물을 짜내려고 애쓰는 연출도 없고, 그럴듯한 음악이 깔리면서 감동의 바람이 몰려오게 하는 작위적인 장면도 없다.

오히려 웃음이 끊이질 않는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어가는데 그 중심에는 엉뚱함의 매력이 돋보이는 드리스가 있다.

자잘한 재미가 가득 넘치는 드리스의 모습에 필립도 한껏 웃고, 관객도 함께 웃는다.

 

 

 

필립이 드리스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 이유는 아마도 드리스의 거침없는 솔직함 때문일 것이다.

필립은 환자로서 자신을 동정하지도 않고, 클래식 음악과 미술품 앞에서도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기의 모름을 그대로 드러내는 드리스의 순수함을 마주하면서 인간적인 신뢰감이 들었을 테고, 또한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에서 의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드리스의 모습을 보며, 사람의 삶에서 웃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 것인지, 상대를 웃음 짓게 하는 것이 얼마나 큰 노력인지를 본다.

 

클래식 음악을 드리스에게 알려주는 필립과 필립에게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And Fire)'의 노래를 들려주는 드리스.

주위 사람들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전파하고 흥겹고 즐거운 시간을 안겨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관계의 행복함을 본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겹고 답답해도 마음이 통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쩌면 유일무이한 행복이 아닐까?

영화는 감동의 구성물에 소금기 어린 눈물이 아니라 달콤한 웃음을 첨가해서 풀어낸다.

이렇게 웃음을 안겨주는 유쾌한 느낌으로 감동을 주는 영화는 무척 오랜만이다.

 

 

 

포스터에서 그의 웃는 모습을 봤을 때에는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이 아닌가 생각했던 필립 역의 프랑수아 클뤼제는 시종일관 얼굴의 표정만으로 연기하는데(그럴 수밖에!) 드리스로 말미암아 한껏 웃는 그의 모습에서 살짝 안쓰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필립의 반대편에 있는 캐릭터인 드리스는 안으로는 고됨과 슬픔을 안고 있지만, 그것을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풀어내는 모습을 굉장히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오페라 극장에서 주위 사람들의 근엄한 분위기를 깨면서 둘이 빚어내는 키득거림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주제인 것 같다.

 

자기의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하는가의 문제는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다를 것이다.

흔히, 이기적이라고 평하는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모든 면에서 자기 자신이 우선순위라는 것일 게다.

물론, 자기 삶에서 자기 자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온통 그렇게 발현된다는 것은, 겉으로 말로는 타인을 위하는 것처럼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위선적인 태도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필립과 드리스의 모습에는 우정, 사랑 등에 담겨 있는 성분들이 가득하다.

영화가 끝이 나면 누구나 '저런 친구가 있다면, 저런 연인이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Intouchables, Untouchable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Olivier Nakache), 에릭 톨레다노(Eric Toledano)

 

* 영화의 시작부터 흥겹게 들리던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노래, 영화를 보면서 다들 조금씩 어깨를 들썩이지 않았을까?

특히 드리스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더욱 그랬다.

 

** 필립이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드리스에게 들려주던 장면에서 드리스의 반응이 정말 눈물 나게 웃긴다.

CF에서 들어봤다는 말은 물론이고 '톰과 제리'를 거론할 때엔 극 중의 필립처럼 하염없이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