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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팽팽한 활시위처럼 긴장감을 주는 액션 활극, 살짝 숨이 찰 지경!

evol 2011. 9. 30. 23:51

 

 

역적의 누명을 쓰고 죽어간 아버지(윤동환)의 모습을 뒤로하고 남이(박해일)는 여동생 자인(문채원)을 데리고 도망친다.

아버지가 물려준 활로 수많은 연습을 하며 꿋꿋이 살아가던 남매는 어느덧 세월이 흘러 성장했고 자인은 혼례를 치르게 된다.

하필이면 혼례식이 열리던 날, 청나라의 습격을 받게 되고 자인은 남편(김무열)과 함께 포로로 붙잡혀 끌려간다.

자인을 구하기 위해 남이는 청나라 왕자(박기웅)가 있는 부대를 뒤쫓기 시작하고, 청나라 장수 쥬신타(류승룡)는 남이를 뒤쫓는다.

병자호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서사는 단순화시키고 긴장감 있는 추격전과 땀을 쥐게 하는 액션으로 구성한 대중영화다.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영화를 보는 것에 거의 불편함이 없고, 다소 벅차다 싶을 정도로 빠른 전개와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짜인 활극이라서 사극을 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거의 없는 편인 그야말로 활(弓)의 액션 활극이다.

그에 반해 이야기의 구조는 시작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다듬어지지 않은 것에서 오는 엉성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굳이 남이와 자인의 아버지를 역적으로 몰려 죽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등의 의문이지만, 이 영화는 즐기기 위한 영화로 보면 된다.

 

 

 

쥬신타의 역을 맡은 류승룡은 워낙 자기가 가진 강렬한 이미지에다가 변발이 주는 강인한 카리스마가 더해졌고, 만주어 대사까지 소화해내며 극 중의 악역에 적확하게 들어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이와 쥬신타의 대결 구도가 결국 이 영화의 대부분을 장악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오직 그 자체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 다른 조건들은 다소 집중하지 못한 감독의 연출이 보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활로 벌이는 스나이퍼 추격 활극으로서의 재미가 만만치 않다.

 

활을 소재로 해서 보여줄 수 있는 대부분의 액션 장면이 다 들어 있다는 느낌이다.

쥬신타의 화살과 남이가 쓰는 화살이 다르다는 것을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음향으로도 차별을 둘 만큼 꼼꼼하게 표현했다.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의 소리, 사람에게 꽂히는 화살의 타격음이 절벽을 뛰어넘고 계곡을 타는 사람의 액션과 어우러진다.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 장애물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신기에 가까운 활쏘기가 주는 긴장감이 잘 연출된 점이 영화의 매력이다.

 

 

 

활극에 집중했다고 하더라도 자인과 서군의 혼인은 좀 뜬금없었다.

드라마보다 액션에 집중했다고 하더라도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배경과 과정의 부분에서의 엉성한 이야기 구조는 액션의 처절함과 극적 효과를 반감하게 되는 것을 생각할 때 분명히 조율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쥬신타가 이끄는 부대원들의 캐릭터에도 조금 더 차별적인 설정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 약점에도 '최종병기 활'은 장르 영화가 주는 쾌감을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긴박감, 바람처럼 날아가는 화살의 속도감, 서스펜스 효과로 구성된 대결 장면 등의 재미가 분명하다.

할리우드식 연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코믹한 상황의 삽입도 거의 없다는 점도 영화의 대결 구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게 했다.

손에서 떠나간 화살이 목표에 정확하게 꽂히는 것만큼 영화는 오락영화로서 대중들의 관심에 명중했다.

 

 

 

War of the Arrows

감독: 김한민

 

* 설마 호랑이가 등장할 줄은 몰랐다.

엉성한 CG로 묘사된 그 장면은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어떻게 적들을 뚫고 탈출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을 텐데, 좀 더 하지 그랬나.

옥에 티라는 생각이 든다.

 

** 문채원이라는 배우를 처음 봤는데 예쁜 외모만큼 사극인데도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를 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영화를 본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역시 또 사극에 출연하고 있단다.

단아하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