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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타운: 외롭고 서글픈 삶이 뒤엉킨 공간 도시, 벗어날 수 있을까?

evol 2011. 10. 19. 19:44

 

 

버스 정류장 부근의 가판대에서 일하는 지원(주유랑)은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매점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다. 종종 들르는 매점의 지원에게 관심을 가진 덕상(박승배)은 피아노 조율사이고, 매점에서 자주 담배를 사는 일환(오성태)은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여기저기에서 빌린 돈을 받아다 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영화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가르치러 서울에 교환교수로 온 사라(소니아 클린거, Sonia Klinger)의 독백으로 시작되지만, 돈이 아까워서 병원을 가길 꺼리는 아버지와 매일 역겨운 짓을 겪는 술집 마담(문형주)과 악덕 고용주에게 모진 꼴을 당하는 이주 노동자 등의 모습으로 옮겨 가면서부터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우울하고 갑갑한 기운의 살풍경이 그려진다.

 

드디어 전규환 감독의 첫 번째 영화인 모차르트 타운을 보게 되며 이른바 '타운 3부작'의 전편을 만났다. 지난 9월 말에 보았으니 내가 본 순서는 작년 충무로 영화제에서 보았던 '애니멀 타운', 작년 부산 영화제에서 봤던 '댄스 타운'에 이어 '모차르트 타운'을 마지막으로 본 게 된다. 1990년대 중반에 차이 밍 량 감독의 '애정만세'를 만났을 때의 울림만큼이나 전규환 감독의 작품은 묵직한 울림을 안겨 주었다. 영화 속 인물의 외로움과 서글픔이 교차하며 이어지지 않는 모습 속에는 도시라는 공간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공간이라는 곳에서 과연 어디론가 벗어날 수는 있는 것일까? 하는 우울한 의문이 들면서 한없이 가슴이 답답해 옴을 느끼게 된다.

 


 

얼핏 스치듯이 보면 세상은 참으로 별일 없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서 그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세상은 그야말로 시궁창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감독의 시선은 그런 사회의 어두운 면과 그늘진 곳에 대한 관심이자 그 안에서 익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사랑에 닿아 있지 않을까? 탈출구나 빠져나갈 곳이 없다는 것에 관한 비극적 선언이라기보다는 그런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의 삶에 대해 안이한 판단과 맹목적 태도로 휩쓸려가는 것에 대한 경고라는 생각이라고 읽히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사라가 피아노 선율과 함께 조용하고 차분한 기운이 흐르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굉장히 낯설게 보였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저렇게 낯선 이의 태도로 '서울'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또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 따위는 안중에도 없거나 마주칠 일도 없는 '어떤 사람들'의 모습일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 그렇게 영화는 보고 난 후에도 이 어긋나고 모순적인 사람들의 삶과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화면의 질감은 다소 거칠게 느껴지고 어떤 부분에서는 다큐멘터리의 화법도 보이기도 한다. 결말 부분에서 일환에게서 전해지는 허무함과 술집 마담이 자아내는 당황스러움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였다.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면서도 괜히 주먹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다. 눈을 깜빡이지 말고 똑바로 쳐다보라고 하는 것 같은 힘찬 기운이 느껴지는 결말이었다. 우리가 정작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그것을 바라본 이후에 얻게 될 생각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영화가 좀 더 많은 대중과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너무나 강렬하고 적나라하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대중들에게는 어려운 부분일까? 어디 삶이 즐겁고, 신나고, 기쁘고, 행복하기만 한가. 우울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우울하고 비극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 그게 현실을 똑바르고 제대로 보는 게 아닐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담은 영화에 정작 우리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이 역설적인 상황. 스크린 안에서나 객석에서나 이 모순적인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Mozart Town

감독: 전규환

 

* 올해 (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사랑의 죄(恋の罪, Guilty Of Romance)'의 마지막 장면에서 '모차르트 타운'의 술집 마담이 보여주던 장면과 동일한 장면을 발견했다. 물론, 상황적인 설정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그 장면을 보면서 그 감독이 표절(?!)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_-;.. 당연히 아니겠지만, 하여간 적잖이 놀랐고 괜한 궁금증도 들었다.

 

** 부산에 가기 전에 시간을 내서 보길 잘했다. 지금 살펴보니 대전에 있는 아트시네마를 제외하곤 모두 종영됐다. 나에겐 다행, 못 본 사람에겐 ......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