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도시 로웰에 사는 디키 워드(크리스챤 베일, Christian Bale)는 예전의 세계 챔피언인 슈가 레이 레너드를 다운시킨 경험을 늘상 자랑하며 살지만 마약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폐인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방송사에서 자기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는다고 하자 그것 또한 자기의 유명세라고 착각하고 마을에 떠들고 다닌다.
그러면서 동생인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 Mark Wahlberg)의 트레이너인 자기가 다시금 유명해질 거라며 허세를 부린다.
디키는 권투 연습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술과 마약에 쩔어 지내며 미키를 제대로 돕지도 않는데, 엄마인 앨리스(멜리사 레오, Melissa Leo)는 오히려 그런 형을 두둔하고 미키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혼으로 말미암아 헤어져 사는 딸 캐시(케읻틀린 드와이어, Caitlin Dwyer)와 경기가 있기 며칠 전에 술집에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 샬린(에이미 아담스, Amy Adams)에게 반드시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돌연히 경기의 상대가 체급도 훨씬 무거운 상대로 바뀌었는데도 엄마와 형이 등 떠미는 바람에 처절하게 패배하고 만다.
영화는 이렇듯 모질고 냉정한 엄마와 일곱 명의 누이들과 마약에 찌들어 살며 허풍선이 형 속에서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미키 워드의 입지전적인 내용을 하나의 줄거리로 삼고 있지만, 미키의 삶만으로는 사실 그다지 커다란 감동과 영화적인 구성을 할만한 것이 많지는 않다.
영화의 초점은 자기가 안고 있는 쓰레기 같은 삶의 문제 때문에 동생이 어려움을 겪고 삶에 대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지난날의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동생의 삶을 바로잡기 위해 자존심마저 버리며 노력하는 디키의 모습에 찍혀 있다.
미국에 정착한 아이리쉬 계의 노동자가 세계 챔피언이 되는 이야기.
매정하기 짝이 없는 엄마, 한심하기 짝이 없는 형, 자그마치 일곱이나 되는 누이들이 자기에게만 매달려 있는 가족 환경.
자기의 딸은 이혼한 아내가 새로 결혼한 새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가슴 아픈 개인사.
그 속에서 자기에게 유일하게 힘이 되어준 사람인 샬린과의 애틋한 로맨스.
그런 이야기들이 링 밖에 있어서 링 안의 파이터들의 권투 경기 장면은 더더욱 힘을 받는다.
스포츠 영화라기보다는 가족을 주제로 한 영화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애증이 교차하고 고민거리와 힘겨운 문제를 던져주는 가족 관계.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그렇게 스스로 벗어 던지고 뛰쳐나가기도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벅찬 가족 속에 놓인 미키가 힘을 받고 삶을 지탱해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은 가족 밖에서 살던 연인 샬린이다.
피가 섞였다고 모두 가족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나로서는 참으로 공감 가던 대목이었다.
그러한 반목과 갈등의 시간을 지난 미키와 디키 그리고 엄마로 대변되는 가족의 문제는 결말 부분에서 자연스레 해소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실제로도 그들의 모습이 서로에게 그렇게 감동과 기쁨을 안겨주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했을까?
당연한 감동의 과정이 자리에 놓여져야 할 구조이기 때문에 그렇게 뻔한 설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란 서로 믿고 사랑하며 서로 지탱하는 힘이 되는 관계라는 그 틀을 깨뜨리는 영화는 쉽게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다.
The Fighter
감독: 데이비드 오 러셀(David O. Russell)
* 디키 역을 한 크리스찬 베일의 체중 감량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영화의 배역에 적절한 모습을 위해서 10Kg이 훨씬 넘는 몸무게를 뺀 노력의 결과물도 그렇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등장하는 디키의 실재 인물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부디 일상의 체중을 유지하는 배역을 맡기를 바란다.
** 엄마인 앨리스의 실제 모습도 저러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 안에 담긴 모습대로라면 악모(惡母)라고 불릴 만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매우 거칠고 매정하고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이 많다.
남성 감독이 그려내는 여성의 모습에는 어느 정도 편견이 담겼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지 않나 생각한다.
저런 엄마 밑에서 사는 자식은 정말 불쌍한 거다. -_-..
'영화。kⓘ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정만세: 소외와 단절, 소통하지 못하는 고독한 존재의 처연한 울음 (0) | 2011.05.10 |
---|---|
고백: 철없고 어리석은 자에게는 지옥행이 마땅하다! (0) | 2011.04.27 |
사랑니: 사랑했던 시간, 사랑하는 시간, 그 신비한 전이과정 (0) | 2011.04.20 |
만추: 사랑이 없는 시간, 삶은 안갯속을 헤매다 (0) | 2011.04.16 |
히어애프터: 삶과 죽음에 관한 따뜻한 손길의 울림 (0) | 2011.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