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이라는 차를 탄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알아보니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집은 전세로 살지언정 차는 매우 권위와 부를 상징하는 최고급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그런 속물근성을 나타내는 것.
영화는 바로 그렇게 돈이 된다면 의뢰인이 흉악범이든 뭐든 가리지 않는 정의와 양심 따위에는 관심 없는 속물 변호사의 이야기다.
웃긴 것은 그 자동차의 번호판에 'Not Guilty(무죄)'라는 뜻으로 'NTGUILTY'라고 새기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피해자의 안위나 처지 따위는 상관없이 오직 법정에서 이기기만을 바라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 변호사 미키 할러 역을 맡은 배우는 매튜 맥커너히(Matthew McConaughey)다.
딱딱하고 육중한 이미지의 링컨 자동차와 유들유들하고 매끈하게 생긴 매튜 맥커너히의 조화가 퍽 어울린다는 인상을 준다.
미키 할러에게 루이스 룰레(라이언 필립, Ryan Phillippe)가 사건을 의뢰해온다.
루이스는 술집에서 만난 매춘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인하려고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인 루이스가 직접 미키를 지목해서 사건을 의뢰했고 미키는 높은 수임료를 기대하며 흔쾌히 받아들인다.
무고해 보이는 루이스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미키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에 드리운 위협에 위기를 느끼게 된다.
영화는 범죄를 다루고 법정이 무대가 되는 스릴러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속도 빠른 액션이나 복잡한 구성의 뒤틀림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캐릭터화한 미키와 루이스의 대결 구도에 집중하는 단순 명료한 구조로 짜여 있다.
밖에서는 뺀질한 변호사지만 전 부인과 딸에 대한 사랑에는 극진한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미키, 잘 생긴 외모와 부유한 부동산 재벌가의 아들이며 보수적이고 고상한 어머니를 두었으나, 건방지고 오만하며 야비한 성격의 루이스.
그 둘의 대비와 대결이 영화의 주된 재미와 흐름을 주도하는 영화다.
몇 개의 부분적 반전과 단순화한 미스터리 구조는 영화를 보는 것에 그리 머리를 힘들게 쓰지 않아도 되게 해준다.
애초부터 감독이 선택한 길은 대중적인 상업 영화인 게 분명하고, 극의 시작부터 결말에까지 그런 시각은 계속 유지된다.
'누가, 왜?'라는 의문보다는 '과연, 어떻게?'에 방점을 찍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극의 흐름에서 가장 정점은 역시 법정에서의 장면이지만, 여타의 법정 관련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치열하고 치밀하지도 않다.
변호사인 미키와 의뢰인인 루이스의 갈등이 다소 평면적인 것도 다소 흠으로 보이고, 특히나 루이스라는 캐릭터의 내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함에서 기인한 대결 구도의 고조감이 떨어지는 것도 부족한 점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도 영화가 가진 장점은 전체적인 흐름에서 삐걱거림이 없이 잘 다듬어졌다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변변찮게 소모되던 매튜 맥커너히는 주인공으로서 매우 적절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깊이 있는 법정 드라마는 아니지만, 관객들에게 오락 영화의 즐거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성공했다고 보인다.
The Lincoln Lawyer
감독: 브래드 퍼만(Brad Furman)
* '변호사와 의뢰인이 나눈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비밀로 해야 하며 또한 증거로도 채택될 수 없다.'라는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이라는 것이 영화의 주된 소재로 쓰이는데, 법에 대해서 문외한이긴 해도 사법체계에는 참 모순적인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어찌 됐든 나쁜 놈은 좀 잡아넣어 반드시 벌을 받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하는데, 참 요원해 보인다.
** 영화를 보면서 변호사는 의뢰인의 억울함을 변호해주는 사회적 소명을 이루는 법률가라기보다는 그냥 돈을 버는 직업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변호사들이 무척 많을 것이라는 어렵지 않은 생각을 해본다.
뭐, 검사나 판사라고 다를 것은 없겠지만.
제 발등에 불똥이 떨어져야 겨우 좀 정신 차리고 움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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