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왕 조지 5세의 차남 알버트 왕자(콜린 퍼스, Colin Firth)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알버트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더듬는 증세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심적으로 몹시 압박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상실했다.
조지 5세(마이클 갬본, Michael Gambon)가 세상을 떠나고 장남 에드워드 8세(가이 피어스, Guy Pearce)가 왕위를 물려받지만,
이혼 경력이 있고 유부녀인 윌리스 심슨(이브 베스트, Eve Best)과의 사랑 때문에 왕위를 포기하게 되면서 알버트가 뒤를 잇는다.
알버트의 부인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 Helena Bonham Carter)는 치료를 위해서 유명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 Geoffrey Rush)를 알게 되고 알버트의 장애 극복기의 과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알버트와 라이오넬 사이의 신분을 뛰어넘는 끈끈한 인간애와 장애의 시련을 떨쳐내는 감동적인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왕족이기에 겪어야 했던 제약과 억압으로부터 비롯된 알버트의 긴장과 부담을 딛고 왕위를 계승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릴 적부터 말더듬 증세를 지니게 된 알버트는 많은 사람에게 치료를 받아 보지만 늘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사람이 호주 출신의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인데, 그는 알버트가 왕자임을 알게 되었는데도 자기의 방식대로
따를 것을 주문하며, 호칭도 버티라는 왕족 간에만 부르는 애칭으로 부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일국의 왕자와 보잘것없는 평민 출신은 그렇게 관계를 시작하게 되고 갈등과 반목을 하게 되며 서로 조금씩 소통하게 된다.
극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전혀 궁금해할 필요가 없는 매우 당연한 수순의 내용을 가지고 있다.
장애를 극복하는 영국 왕의 이야기에 뭐 굉장한 스펙터클이 있을 리 만무하며 오히려 너무 뻔해서 지루할 수도 있을 그런 이야기다.
하지만, 평이한 인간승리의 극적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소소한 이야기가 주는 매력과 더불어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가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며 감동으로 이끄는 유쾌한 미로움이 담겨 있다.
라이오넬이 알버트를 치료하는 과정은 마치 무술을 연마하는 사람의 모습과 흡사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왕족의 품위 따위는 무시하며 기꺼이 'fuck'이라는 단어를 속사포처럼 터뜨리게 하는 훈련에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왕족으로 산다는 것,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겠으며 어느 정도 무게의 피로감을 떠안는 일이겠는가.
실질적인 정부의 권력의 뒤에서 상징성을 가진 인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면에서 참으로 고된 삶이었을 것이다.
알버트의 말더듬 장애 극복기는 그런 면에서 왼손잡이인데도 오른손잡이로 변모해야 했던 유년의 아픔을 털어 내고, 안짱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보철장치를 할 정도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고됨을 씻어내는 과정의 연장 선상에 놓여 있다.
왕자인 조지 6세가 아닌 약하고 소심한 인간 알버트로서의 힘겨움과 두려움을 떨쳐내는 인간승리의 드라마인 것이다.
그러한 보편적인 정서의 수준에서 관객과 눈높이를 맞춘 적절한 감동을 자아낸다.
조지 5세의 아내인 엘리자베스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다.
결점을 가진 남편, 소심하고 내성적인 남편, 좌절에 쉽게 빠지고 자신감을 잃은 남편의 곁에서 늘 따뜻한 사랑의 손길과 응원의 눈빛을 건네는 것을 잊지 않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알버트의 말더듬 극복의 빼놓을 수 없는 커다란 힘이었을 것이다.
콜린 퍼스의 강렬한 연기와는 달리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는 영화 전반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매끄러움으로 자리했다.
정식 자격증도 없는, 그래서 '닥터'라는 호칭도 붙이면 안 되는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은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사람이다.
단순한 치료를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전환점을 찍게 만들어주는 스승의 역할을 한다.
그런 참된 가르침을 주는 스승과 제자 사이 같은 알버트와 라이오넬의 관계에 감정이입이 자연스레 된다.
결말의 부분이야 뭐 애초부터 예상하고 본 터라 소름 끼치는 감동까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연출이었다.
The King's Speech
감독: 톰 후퍼(Tom Hooper)
*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에 봐서 그런지 아카데미용이라는 선입견이 영화를 보는 데에 다소 불편감을 주기도 했다.
더군다나 영국 왕실의 왕자 이야기라는 것에서 더욱 그랬다.
하지만, 콜린 퍼스의 연기는 상을 받았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이었다.
** 워낙 헬레나 본햄 카터는 영국 출신의 배우이면서 고전 드라마에 많이 출연한 터라 너무 정형화된 인물로 비춰질 수도 있었을
텐데 역시 그의 연기력은 그런 것과 무관하게 영화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었다.
*** 영국 왕실의 개라는 웰쉬 코기(Welsh Corgi)가 등장하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두 공주와 함께 조용히 조지 6세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은 참으로 평화롭고 따뜻한 장면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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