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마다치 않거나 심지어 목숨을 빼앗는 일을 주저가 없는 살인범을 일컬어 싸이코패스라고 부른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연쇄 살인마 대부분이 그렇게 정신병리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반사회적인 성격 장애가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영화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제법 많이 다뤄왔고, 이 영화 또한 주인공이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싸이코다. 1980년의 원작을 리메이크했다는 점과 주인공이 죽은 어머니에 관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적으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싸이코'가 생각나기도 하는 등 무척 고전적 느낌이 풍기는 작품이다.
프랭크(일라이저 우드, Elijah Wood)는 어릴 때 엄마로부터 많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며 자랐다. 자신 앞에서도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숱한 남자들과 정사를 나누는 엄마는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프랭크는 늘 엄마에게 관심과 사랑이 목마르고 엄마와 남자들의 모습에 두려움으로 상처를 받는다. 결국, 그러한 엄마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프랭크는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에게 비정상적인 집착 증세를 보인다. 여성을 원하면서도 실제로는 성적 긴장감을 두려워함에 따라 빚어내는 참혹하게 뒤틀린 욕망이다.
미움과 사랑의 유일한 대상이던 엄마가 자신을 홀로 남기고 죽자 프랭크의 마음속에는 사람의 몸에서 썩지 않고 영원히 남는 것은 머리카락뿐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그 생각은 자신이 하는 일인 마네킹 복원 작업과 이어지며 끔찍하게 표출된다. 그는 길거리를 다니며 아름다운 여성을 뒤쫓아가 죽이고 자신이 만들어낸 마네킹의 머리에 죽인 여성의 머리카락을 머리 가죽째 덧씌우는 엽기적인 일을 저지르는 일을 반복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름다운 사진작가 애나(노라 아르네제더, Nora Arnezeder)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프랭크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지만,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다시금 비틀린 욕망이 꿈틀거린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프랭크의 1인칭 시점에서 촬영한 장면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 그런 시점으로 촬영한 장면은 프랭크의 독백과 어우러지며 마치 관객에게 프랭크의 시선과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시도를 한다. 그 효과는 부분적으로 몇 장면에서는 사실감을 고조시키면서 몰입감을 높이기도 하는데, 특히 프랭크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의 표현 수위가 굉장히 높아서 그 효과는 잔인한 살인의 현장을 묘사한다는 면에서는 효과적이긴 하지만, 그게 영화 전반에 걸쳐서도 효과적인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1인칭 시점의 장면은 중반 이후로는 그다지 새로움으로 다가오지 않고, 반복되는 살인의 묘사가 한가지 방식으로 촬영되니까 도리어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도무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살인의 반복과 프랭크의 두통 장면 외에 공을 들이지 못했는데, 프랭크의 내면 묘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아무리 장르 영화라고는 해도 그게 잔혹함과 공포감을 이끄는 면이 아니라, 더럽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초점을 잘못 맞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살인 장면은 그다지 긴장감을 유발하지도 않고, 공포 영화에서 느낄 법한 오싹함을 주지도 않는다. 그건 영화 전반에 걸쳐 연출력의 부재로밖에 볼 수 없는데, 아무리 한밤중이라고 해도 대도시의 지하철 역사에 사람이 한 명도 없거나, 여자가 비명을 질러대도 아무도 창문을 열어보지 않는 광경은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에 영화는 프랭크가 왜 살인하는가 보다, 어떻게 죽이는가에 주안으로 삼았던 탓이라고 본다. 아무리 장르 영화 팬이라도 이런 극적 요소가 담긴 영화에서 단순한 묘사 장면만으로 만족하진 않을 것이다.
영화의 원제인 '매니악(Maniac)'은 말 그래도 매우 난폭한 짓을 저지르는 미치광이를 뜻한다. 어떤 방법으로 미친 짓을 벌이는가보다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저지르는지,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덧붙여진 '슬픈 살인의 기록'이라는 부제처럼 프랭크의 슬픔이 어떠한지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위장의 구토물만 봤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프지도 않다.
감독: 프랭크 칼폰(Franck Khalfoun)
* 영화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면은 프랭크 역의 일라이저 우드였다. '반지의 제왕'의 호빗 '프로도' 역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살인마 역을 맡지 않았을까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연기에 더불어 왜소한 체구가 프랭크 역에 적절하다는 느낌은 든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의 촬영이 주를 이루다 보니 연기의 폭이 제한적이어서 변신에 성공적이라고 생각이 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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