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는 한류 스타 배우 이병헌과 동명이인인 병헌(홍완표)은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판에서 조연출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병헌은 화장실에 갔다가 늦는 바람에 선배에게 꾸지람을 듣게 되는데, 자존심을 건드리며 욕설을 해대는 것에 화를 참지 못하고 대들다가 일을 그만둔다. 그런 그에게 한 방송국이 데뷔를 앞둔 신인 감독이 영화 준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기획을 제안하고, 그때부터 방송국의 카메라가 병헌의 일상을 뒤쫓는다.
이 영화는 그렇게 다큐멘터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애써 진짜처럼 위장하지 않은 가짜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방송국 제작진은 나름 뭔가 생동감 있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병헌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청춘이다. 하루가 멀다고 술을 마시며 널브러져 있고, 늦잠자다가 겨우 일어나 노트북을 켜고 작업할 프로그램을 열기까지 자그마치 8시간이 걸리며, 그렇게 앉아서 하는 일이라는 게 영화의 내용에 관한 것도 아니고 고작 영화 제목의 폰트를 수정하는 데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렇게 게으르고 정돈되지 않은 삶을 사는 병헌은 술에 취하면 이혼한 전처와 딸이 사는 아파트에 가서 고함을 지르는 진상 짓을 떨기도 하고, 심지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때엔 예술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은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면 꾸벅꾸벅 졸기나 하는 허세까지 떤다. 한편 그런 그의 주변에는 잘 어울리는 세 명의 친구가 있는데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또한 가관이다. 역시 영화판에서 제작 스태프로 오래 일했지만, 데뷔를 하지 못한 프로듀서 떠버리 범수(양현민)와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촬영기사 승보(허준석), 그리고 마땅히 대표작도 없는 무명배우 영현(김영현)까지, 하나같이 내세울 것 없이 찌질하게 살아가는 변변찮은 인생들이다.
영화는 그런 그들이 만나서 술을 마시며 소소하게 다투고 나누는 모습 속에서도 나름대로 각자가 가진 영화에 관한 열정이 있음을 말한다. 물론, 그들의 그런 모습이 아주 진지하다거나 실제로도 그러한가는 보는 사람이 판단할 일이다. 등장인물은 짐짓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것처럼 연기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그들의 가식적인 태도에서 보이는 얄팍한 모습이 주를 이룬다. 어쨌거나 다큐멘터리의 형식이긴 하지만 영화는 코미디다. 연기하는 배우들도 코미디에 어울리는 연기를 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네 명의 청춘은 그들 현실 삶이 비록 볼품없고 하찮더라도 꿈을 향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음을 스스로 위로로 삼으며 주저앉지 말자는 메시지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마치 휴먼 다큐의 주인공처럼 다뤄지는 병헌과 그 친구들의 삶은 감독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에서 기반을 뒀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하는데, 실제로 영화 속에서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이 영화를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 과정의 이야기를 자잘한 웃음들로 채워가면서, 밉상이던 그들을 향해 조금씩 마음을 열게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도전하는 청춘의 삶은 아름다우며, 실패를 거듭할수록 훗날 얻게 되는 가치는 더욱 크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과연 그런 말들로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청춘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마주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결코 그런 꾸밈말로 위안을 삼을 만큼 만만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한번 자빠지면 자빠진 내 등을 밟고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것과 같은 좁고 어둡고 긴 터널 속의 군중과도 같은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꿈을 포기하며, 희망을 접으며 살 수는 없다. 영화는 그렇게 어려운 인생을 사는 수많은 병헌씨 들에게 보내는 가벼운 웃음과 왠지 찡한 그들의 고군분투를 더해 보내는 위로다.
Cheer Up Mr. Lee
감독: 이병헌
* 배우 조향기가 내레이션을 맡았고, 배우 강소라와 영화감독 강형철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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