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고뭉치 청춘들, 그들의 삶에 관해서 세상은 그 누구도 선뜻 나서서 도움을 주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을 외면하며 손가락질하곤 한다. 그렇다고 사회와 국가가 나서서 그들의 인생을 구제해줄 리도 없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에게 가진 것 없고, 보잘것없는 청춘들은 한낱 사회 체제를 굴러가게 만드는 소모품이 되기 위해 경쟁으로 걸러지는 일개 장치일 뿐이니까 말이다.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기 위한 도움닫기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불쌍한 청춘이 즐비한 시대다.
여기에 바로 그러한 꿈도, 희망도 없는 좌절과 절망의 삶을 사는 청춘 네 명이 등장한다.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사고를 치기 일쑤인 알버트(게리 메이틀랜드, Gary Maitland)와 라이노(윌리엄 루에인, William Ruane), 손에 잡히는 물건이면 무엇이든 일단 훔치고 보는 모(자스민 리긴스, Jasmin Riggins), 그리고 툭하면 싸움질을 해대서 감옥을 들락거리는 로비(폴 브래니건, Paul Brannigan)까지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인생이 없다. 그들이 겨우 감옥행을 면하고 사회봉사 명령을 받아 한데 모이게 된다. 그리고 사회봉사센터의 관리자인 해리(존 헨쇼, John Henshaw)가 그들 한심한 네 명의 청춘을 맡는다.
하나같이 하는 일도 없이 사고만 일으키고 다니는 네 사람 중에 영화는 로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사회봉사를 나가게 된 로비는 여자친구와 갓 태어난 아이를 생각해서 마음을 고쳐먹고 제대로 살고자 다짐하지만, 여자친구의 가족이 나타나서 당장 헤어지라며 휘두르는 주먹에 너덜너덜하게 두들겨 맞는다. 이를 안쓰럽게 생각한 해리가 자신의 집에 데려가서 아껴 마시는 싱글 몰트 위스키 한 잔을 건네는데, 그로 말미암아 로비는 자신에게 매우 예민한 미각과 후각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해리 덕분에 위스키 시음회에 갔다가 자신의 재능을 분명히 알게 된 로비가 수십억 원을 넘나드는 고가의 위스키 경매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 위스키를 훔치기 위한 계획을 짜고 다른 세 명의 동료와 함께 실행에 옮기기 위한 여정을 담아낸다. 노동자 계급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며 사회주의에 관한 정치적 신념을 잃지 않는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영화라고 생각하기에는 무척 단순하고 유쾌하며 가벼운 분위기의 소동극이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를 무대로 해서 펼쳐진다.
분위기가 가벼워졌다고 해서 감독의 사회적 문제의식이 흐릿해진 것은 아니다. 감독은 오늘날 전 지구적인 문제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청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없이 경쟁 체제로 내몰리고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청년들의 고된 삶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이 세상에 아무런 도약의 기회도, 재기의 발판도 얻지 못하고 사그라져야 할 청춘의 삶은 없음을 말한다. 켄 로치 감독은 영화의 제목처럼 술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2~3%의 술의 양이 생기는 것과 같이, 최소한 그 정도의 몫은 고되고 힘든 삶을 이어가는 청춘들을 위해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하고 영화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네 명의 청춘이 벌이는 일은 범죄가 분명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생각하자면 그의 의도에 깃든 관심과 염려, 위로와 응원의 진심이 느껴진다. 이렇게 유쾌한 사기극을 통해서 세상이 청년의 어깨에 놓인 힘겨운 짐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코미디 영화로만 생각하더라도 정말 깨알 같은 웃음이 가득하다. 한업는 무식을 드러내는 대화라든가,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질 만큼 멍청한 모습과 꽈당거리며 쓰러지는 바보스러움에 입꼬리가 저절로 당겨진다. 자신들을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대우해 준 인생의 스승 같은 해리에게 건네는 영화 결말의 훈훈한 선물은 위스키 한 모금이 식도를 타고 흐르듯이 따끈한 감동을 안겨준다. 이 영화는 고인 채로 썩어가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고 손을 내미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 일인지 생각하게 한다.
감독: 켄 로치
* 전문 배우가 아닌 사람을 쓰기로 유명한 켄 로치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 로비 역도 비전문 배우를 출연시켰다. 폴 브래니건이 그 주인공인데, 그는 영화 속의 로비처럼 어렸을 때부터 약물에 빠지고, 퇴학을 당했으며, 감옥에 가기도 했다. 아빠가 되면서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삶을 다짐한 그에게 영화처럼 배우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얼굴의 흉터는 형과 싸우다가 난 칼자국이라니, 그야말로 영화 속 로비가 곧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겠다. 주연배우로서 상까지 받았으니 정말 남다른 영화로 남을 일이다. 한편, 영화에서 개그를 담당하고 있는 알버트 역의 게리 메이틀랜드도 시청에서 청소부를 하다가 감독에게 발탁된 배우라고 한다. 고용 창출의 아이콘으로 남을 켄 로치 감독! 건강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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