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이지.
It's beyond my control."
영화의 무대는 프랑스의 18세기 무렵이다.
사치스러운 귀족 사회, 사교계에 이름난 메르뙤이유 후작 부인(글렌 클로즈, Glenn Close)과 쾌락만을 좇는 발몽(존 말코비치,
John Malkovich)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원작을 알아보니 쇼데를르 드 라클로(Choderlos de Laclos)라는 작가가 1782년에 발표한 서간체의 소설 'Les Liaisons Dangereuses'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부패하고 퇴폐적인 귀족사회의 타락상을 냉소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한다.
1999년 작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Cruel Intentions)과 2003년 작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도 같은 원작을 두고 있다.
자신을 배신한 애인의 예비신부 세실(우마 써먼, Uma Thurman )의 순결을 뺏는 것으로 복수하려는 메르뙤이유는 발몽을 이용하려고 하지만, 발몽은 뚜르벨(미셸 파이퍼, Michelle Pfeiffer)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발몽은 뚜르벨을 그저 정복하겠다는 대상으로 삼아 유혹하지만, 뚜르벨은 진실한 사랑으로 여기고 결국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뚜르벨의 진심 어린 사랑의 모습에 발몽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거기서부터 비롯된 메르뙤이유의 악의적인 승부욕과 자존심 대결, 마음속의 허영을 미처 버리지 못하는 발몽 그 둘의 관계가
영화의 주된 줄기를 이루게 된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그야말로 칼 대신에 연기로 전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글렌 클로즈와 존 말코비치의 연기는 뒷덜미가 서늘해질 만큼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준다.
아무튼, 발몽은 농락당하는 줄도 모르고 메르뙤이유에 빠져 있는 당스니(키아누 리브스, Keanu Reeves)의 마음을 돌려 세실에게
보내고, 메르뙤이유는 그런 당스니에게 세실과 발몽의 추잡한 관계를 누설해버린다.
결국, 발몽과 당스니는 그로 말미암아 결투를 하게 된다.
결투에서 이길 생각이 없어 보이는 발몽, 죽음을 자초하게 되고 당스니에게 자신의 진심 어린 사랑을 뚜르벨 부인에게 전해 줄 것을
부탁하며 죽어 간다.
평생을 호색한으로 살며 여자들과의 섹스를 즐기던 그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의 사랑을 온전히 느끼며 동시에 유일한 고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르뙤이유는 그녀의 치부를 폭로하는 편지를 남긴 발몽으로 인해 상류사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모욕을 당하게 된다.
이런 대강의 이야기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는 이야기 자체로는 그리 놀라울 것이 없다.
더군다나 이 영화를 보기 전에 한국판 리메이크작인 스캔들을 봤기 때문일까?
여러 유형의 영화가 있지만, 이 영화는 그야말로 배우들의 연기에 철저히 의존해서 지탱해 나간다.
그 연기로 말미암아 영화는 매력을 갖게 되고 비극적인 장면에서의 감동도 배가된다.
Dangerous Liaisons
감독 : 스피븐 프리어스(Stephen Frears)
* 제작과 개봉 시점이 1988년, 키아누 리브스와 우마 서먼의 외모는 그야말로 솜털이 보송보송한 병아리처럼 보인다.
게다가 글렌 클로즈와 존 말코비치 그리고, 미셸 파이퍼의 힘이 넘치고 무게감 있는 연기력 앞이라 그런지 두 신인의 존재감은
역할만큼이나 가볍게 여겨진다.
** 허영과 모략,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
위험한 관계는 그 관계의 고리에 연결된 모두를 망가뜨렸다.
영화는 그 과정과 결말을 탄탄한 구조 속에 잘 담아냈다.
*** 영화의 말미에서의 한 대목이 가슴에 남았다.
"왜 헤어지게 됐는지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이후로 내 삶은 무의미해졌다고 전해줘.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그녀의 사랑은 내가 느낀 유일한 행복이었다고 전해주게."
당스니와의 결투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발몽의 마지막 말이다.
후회하기 전에, 죽기 전에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할 텐데 꼭 끝에서야, 죽어가면서야 비로소 깨닫는 어리석음......
****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 존 말코비치는 미셸 파이퍼와 연인 관계를 가졌단다. (앜! 미셸!! 왜 그랬어!!!)
그리고, 그 후 미셸 파이퍼를 버리고 자기 부인에게 돌아갔단다. (저런 호랑당 말코비치! -_-..)
어쩌면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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